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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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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과 태양광의 성공적 만남

히가시 대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회고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당시 유기농 채소 유통을 하고 있던 그는 거래하던 농가들이 원전 사고 여파로 줄줄이 폐업하는 것을 보면서 농업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은 300킬로미터(km)가량 떨어진 지바현에도 피해를 주었다. 그는 고민 끝에 2014년 시민에너지치바를 창업했다.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으로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초창기 목표였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사도 짓고 태양광 전기도 생산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농촌 태양광이 농지에 패널을 설치하면서 농업을 포기하는 반면, 영농형 태양광은 패널을 4~5미터(m) 높이로 설치해 패널 아래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다. 땅 고르기 등에 쓰는 트랙터도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높이다. 패널 사이에 패널 폭 두 배 정도 공간을 두어 햇빛이 잘 비치게 설치했다.
영농형 태양광 패널과 그 아래 자라는 농작물은 햇빛을 공유한다. 영농형 태양광 패널은 일반 패널과 달리 빛 투과성이 높다. 농작물이 광합성을 할 수 있을 만큼 햇빛이 투과되도록 하고, 남은 빛으로 전기를 만든다. 그래서 영농형 태양광을 ‘태양광 공유’(solar sharing)라고도 부른다.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일반 농업 대비 수확량이 80%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히가시 대표는 “지금까지 보리, 콩 등 50종류의 식물을 재배해 봤는데, 작황이 안 좋아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농업인들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작물도 재배하고 전기도 팔아 이중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시민에너지치바의 성장이 영농형 태양광의 사업성을 말해준다. 히가시 대표는 2014년 환경단체 활동을 하던 동료 8명과 90만 엔(약 788만 원)으로 시민에너지치바를 창업했다. 1인당 10만 엔(약 88만 원)을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현재 회사 자본금은 5억 엔(약 43억 7000만 원) 이상으로 550배가량 커졌다.
무경운·유기농 결합한 ‘탄소농업’ 제품 비싸게 팔려



시민에너지치바는 농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 농업으로 관심 분야를 확장했다. 히가시 대표는 “온실가스의 16%가 메탄인데, 일본의 경우에 메탄의 77% 이상이 농업 활동에서 나온다”며 “환경을 살리려면 농업도 친환경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2021년부터 시작한 것이 ‘무경운 농업’이다.
무경운은 땅을 갈지 않고 농작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농작물이 광합성을 하면 탄소를 흡수하는데, 그중 40%는 땅속에 묻힌다. 땅속의 미생물은 그 탄소를 먹고 실 같은 균사체를 만들어낸다. 균사체는 토양을 더 단단하게 접착시켜 탄소가 오랫동안 저장되게 한다. 그런데 농사 과정에서 땅을 뒤집으면 그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된다. 히가시 대표는 “무경운 농업을 하면 탄소를 땅에 오래 묻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물 수확량이 조금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시민에너지치바는 이외에도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업도 하고 있다.
덕분에 시민에너지치바의 농작물은 ‘탄소농업’(carbon farming)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게 됐다. 히가시 대표는 친환경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만든 유기농 미소 된장을 청중에게 소개했다. 그는 “지난 3월 출시했는데 굉장히 비싼 가격임에도 바로 품절되었다”고 말했다. 해당 미소 된장은 600그램(g)에 1490엔(약 1만 3000원)으로, 다른 제품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그는 “일본에서도 윤리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농가 소득 다층화’가 살 길
히가시 대표는 “농가의 소득이 다층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형 농업은 무경운 농업, 유기농 농업, 영농형 태양광이 합쳐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후위기도 해소하고, 농가 수입도 늘려 농촌 지역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영남대 연구팀에 따르면 1950㎡(약 590평) 농지에 100킬로와트(kW) 설비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을 때, 1년 동안 3000만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시민에너지치바가 있는 지바현 소사시는 인구가 3만 6000여 명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도시다. 히가시 대표는 “매년 인구가 1%씩 감소하고 있으며, 역 앞 편의점은 문을 닫았고 택시 수도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에너지치바는 회사 매출의 3%를 지역사회에, 7%를 농업단체에 기부한다. 이 돈은 도농교류, 어린이 지원, 이민자 대책 같은 지역재생 프로그램에 사용된다고 한다. 히가시 대표는 “발전사업자만이 아니라 농가와 지역주민까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이렇게 환경과 농업, 지역에 이롭지만 한국은 갈 길이 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영농형 태양광은 65곳으로 설치 용량이 3.4메가와트(MW)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기업이나 기관이 시범용으로 설치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매입 제도’(한국형 FIT 제도)가 폐지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두워졌다. 한국형 FIT 제도가 지금까지 소형 발전사업자의 경제성을 보장했는데, 앞으로는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농가에 수익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엄지범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2022년 농업인 2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 의향이 있었으나 ‘정부가 일정 기간 고정 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개선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영농형 태양광에 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에선 아직 영농형 태양광의 법적 정의조차 없으며, 사업 주체나 관리 방안에 관한 규정도 없다. 정부는 지난 4월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을 발표하며 영농형 태양광 확대에 걸림돌이었던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 연장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최장 8년인 농지 사용기간을 최장 23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인데, 시행령 개정 등 법적 조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히가시 대표의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영농형 태양광에 맞는 작물이 따로 있느냐”고 물었다. 히가시 대표는 “어떤 패널을 어떻게 설치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햇빛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면 작은 패널을 띄엄띄엄 설치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작물이면 큰 패널을 촘촘하게 설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수나 보리, 콩 같은 작물은 유리한 편이고, 쌀이나 목초는 잘 안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단비뉴스 / 최원석 기자